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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최고급 남성복 브랜드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자랑하며 루이비똥, 구찌, 아르마니아등과
더불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명품 대열에 절대 빠지지 않는 그 이름, 이탈리아의 자부심 제냐(zegna).
1892년 이탈리아 북부 산간 지방인 트리베로에서 소형 공장으로 시작된 제냐가 오늘날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이유는
대개의 명품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장인 정신', '독특한 창의성과 자존심' 그리고 ' 훌륭한 품질'이라는 삼박자를 정석으로
갖추고 있어서 라고 우리 동네 쌀집 아저씨는 분석하신다.
그것이 옷이든, 냄비든, 스탠드든 간에 이탈리아 제품들의 특징은 이른 바 대를 이어 충성한다는 점이다. 패밀리형 기업구조라고도
하는데 제냐 역시 창업주 'ermenegildo zegna'에 이어, 그 아들이, 다시 그 손자가, 현재는 제냐가의 4세대들이
이 기업을 계승하고 있다. 장인정신의 승리다.
제냐는 창업 때부터 다다익선을 추구하지 않았다. '수미라주'라 불리는 이른 바 ' 당신의 사이즈에 맞춘다'는 일대일 시스템은
제냐가 가지고 있던 기초 철학이었고 이를 위해 원단 역시 까다롭게 고르며 소량 생산의 고집을 지켜나갔다. 품질검사, 기모가공
등을 모두 손으로 하는 전통도 제냐의 특징이다. 이 부분, 독특한 창의성과 자존심의 승리다.
양복 한벌에 몇 백만원은 호가하고 바지 하나에 2~30만원이 되더라도 여전히 제냐에 열광하는 매니아층은 늘어만 가고 결국
전 세계 4천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거, 이건 제품의 승리를 방증하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좋겠다. 이런 훌륭한 디자이너를 수두룩 빽빽 가지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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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등아랫까지 길게 기른 머리도, 기인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똥색 생활
한복도 다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손가락 마디마디에 물든 매니큐어,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거 변태아냐?
그러나 나중에 알았다. 그것은 매니큐어가 아닌 염색물이었던 사실을. 그리고 그 염색물은 다름아닌 자신의 사랑스런 딸들을 기나긴
세월의 산고 끝에 탄생시켜온 흔적들이었음을...
잘 보면 보인다. 손가락의 매니큐어..아니 쪽물감 모습을.. |
문희즘은 한복을 만드는 디자이너다. 한복과 디자이너 별로 잘 안맞는 어감이다. 차라리 문희즘 선생 정도 되면 한복 '쟁이'
라 부르는 것이 훨씬 맛깔난다. 그를 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신의 작품을 '딸' 이라 호칭하는
부분부터, 강의를 들어야만 한복을 맞춰주는 고집, '한 사람을 위한 세상 단 한벌의 한복'이라는 문희즘 정신, 예약은 기본이고
가봉까지 해야만 하는 스스로 선택한 번거로움, 자연 염색을 향한 집요한 고집 등등...
뜬금없이 본 기사의 초반에 이탈리아 제냐 브랜드를 끄집어 낸 이유도 그거다. '뛰어난 품질', '독특한 창의성과 자존심',
' 장인정신' 이 명품의 3박자라면 우리에게도 이 3박자를 두루 갖춘 디자이너들이 강호에 숨어있다. 쟁이라 불리는 그들이 주인공이다.
문희즘 같은 이...
이 부분에서 이탈리아 너거뜰 별로 안부럽다. 축구도 못하는 거뜰이...
근데 넘 침발라주나? 어쩔 수 없다. 이거 광고거덩. 그러나 우덜, 아무나 광고해 주지 않는다는 거 잘 알고 계시리라. 그러므로
패스하시고 계속 진행하자. 자, 이제부터 문희즘 선생의 한복이 어떻게 여러분들의 손에 들어가는지를 지루박 스텝으로 밟아보자.
문희즘 한복연구소의 옷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 댁을 세 번은 방문해야 한다. 첫 방문에서는 강의를 듣고, 두번째 방문엔 치수를
재고 옷을 맞추며, 세번째 방문은 가봉을 하기 위함이다.
 스텝
1 땡땡이 절대 불가 - 문선생과 함께 하는 [신기한 한복나라]
그러니까 내 말은~ 멀 제대로 알고 사라는거지!!!
한복에 대한 '강의' 라니 한복이란 것이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이템도 아닌데다, '야자' 보다는 '땡땡이'라는
단어에 더 쾌감을 느끼는 우리들로선 덜컥 부담이 생길 법도 하나...
걱정할 것 전~혀 없음이다. 문선생과 앉음뱅이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아 녹차 한 잔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하라. 단, 바닥에 한시간 꼬박 앉아 있으려면 똥꼬에 치질 돋은 자들, 양해 구하고 걍 비스듬히 누워 버리시라. 귀로
듣지 허리로 듣나 뭐.
강의 내용도 잼나다. 저 도인 같은 쟁이가 풀어내는 한복 이야기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 기계염색, 손염색, 천연염색을 구별하는
법을 직접 옷감을 만져가며 배우니 생생 학습이 따로 없다. 특히 신기하고도 놀라운 '쪽 염색시범'을 놓치지 말라. 그게 뭐냐구?
스포일러는 영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선생 강의에도 있다. 그런즉슨 직접 들어보시도록.
그런데..이 양반 참 희한하다. 한복집에서 한복이나 팔면 되지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 그렇게 말하자 문희즘 선생 왈,
" 일생에 한 번 결혼할 때나 한복을 맞추게 되는 요즘 세대에게 '한복을 보는
법' 을 알려주기 위함이요, 그리고 어느 집에서 맞추든 뭘 알아야 제대로 선택할 수 있지 않겠음둥?"
깨갱..
스텝
2 통...하였느냐~
이렇게 문선생과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학생은 견적서를 손에 들리우고 무조건 집으로 돌려보내진다. '기준' 을 알려주었으니 다른
집들도 둘러보고 비교한 후 현명한 구매를 하라는 것이다. 이 후 두 번째 방문을 하게 되는 고객은 자신의 딸의 가치를 알아보고
찾아 준 예비 사위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단계를 거쳐 손님이 되어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은 일종의 매나아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한결 높은 신뢰도로 만족스러운
옷을 제공받는다. 또 그런 손님들로부터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져 현재 고객층은 말하자면 '소문듣고 온 사람' 이 많다고 한다.
스텝
3 가봉을 하지 못할거란 편견을 버려어~~
본 우원은 이 댁을 방문하고 한복을 맞추면서도 가봉을 한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알다시피 원래 한복이란 것은 양장처럼
시접이 있는 바느질이 아니기 때문에 옷을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마치 자칫 잘못 그리면 버려야 하는 수묵화와
몇번이고 덧칠이 가능한 유화의 차이처럼 말이다.
그러한 편견을 깨고 70 ~ 80 %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었을 때 가봉을 하는 것은 최대한 그 사람의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만들기 위함이다. 특히 신부들은 결혼식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살이 쪽쪽 빠지는 경우가 많으니 꽤 매력있는 단계다. (그
반대인 경우는 대략 난감!)
부산, 광주 등 먼 지방에서 올라와 옷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도 가봉을 위해서 100% 비행기 타고 고속버스 타고 올라온다고
하니 장인 어른과 예비 사위의 장단이 이리 잘 맞을 수가 없다. 얼쑤~
근데...암만 그렇다해도 한복 맞추는 것이 무슨 대기업 면접도 아니고 머가 이리 복잡하더냐. 씨바.
...라고 궁시렁 댔더니 문 선생 나즈막히 한마디 읆조리시길...
" 꼬우면 오지마 씨바야 "
한복의 아름다움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색이다. 물론 그 형태며 바느질 솜씨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우선 사람의 눈으로서
'멋있다' 라고 판단하게 되는 첫번째 기준은 색채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옛 어른들은 풀뿌리, 나무뿌리 등 자연에서 난 것으로 색을 표현해 냈다. 그렇게 천연재료를 사용해 손으로 염색한 갖가지
색의 천들은 잘리고 기워져, 꽃잎을 걸치고 하늘을 두른 한 폭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옷들은 어느 곳에 어느 모양으로
놓여있어도 우리 눈에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왜냐? 그 자체로 자연이기 때문에.
문희즘 선생 댁의 옷 역시 위와 같은 과정으로 염색을 한 후 다듬질과 홍두깨질(옷감을
홍두깨에 감아 두들긴다.)을 거친다. 참 별난 사람이다. 요즘 같이 기계가 쭉쭉 뽑아주고 발라주고 다 해주는
시대에 이게 먼 고생이냐. 근데, 그게 문희즘 한복이다.
편안한 색과 함께 홍두깨질로 자연스러운 물결무늬가 은은하게 배어나와 수나 무늬를 따로 넣지 않고 옷을 만들어도 될 정도로
옷감 자체의 아름다움과 완성도가 뛰어나다. 쪽 같은 경우는 남원에서 직접 재배해 쓴다고.
그러한 옷감으로 만들어진 딸들의 자태를 살펴보자. 한복의 모양새 역시 미묘한 차이로 맵시있음과 볼품없음의 경계를 넘나들곤
한다. 오른쪽의 그림에서 보이다시피 보통 한복과는 달리 목뒷부분이 들뜨지 않고 차분히 목에 붙어 있다. 꽤 어려운 작업이라는데
이런 작은 차이로 맵시를 살렸다 죽였다 하는 것이 장인, 쟁이의 능력이자 몫이다.
또한 문선생 댁의 한복 치마엔 수나 금박은박 등의 무늬가 없다. 이는 한복에서 치마가 차지하는 영역은 넓지만 정작 '멋진
한복' 이 아니라 '한복을 멋드러지게 차려입은 사람' 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얼굴부분, 즉 저고리에 포인트를 주어야 한다는
문선생의 생각에서이다.
혹 영화 " 스캔들" 보셨는감? 한복 어떠하든가? 아름답던가? 문희즘 선생이 만들었던가? 그건 아니나,
이 집의 한복이 딱 그 분위기다. 색이 남실남실 춤춘다. 잠자리 날개같은 깨끼 저고리 위에서.
"세상의 단 한 명, 나를 위한 단 한
벌의 옷"
이너뷰 내내 강조했던 문희즘 어록 제 1호다.
어떻게? 라고 물어보니 술술 답도 잘 나온다.
"한복집에 가면 가자마자 화보부터 보고 스타일 찜한 후에 치수재서 맞추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우리는 화보조차 없다.
그 대신 고객과 대화하는 시간이 길다. 고객의 연령, 스타일, 취향과 신체적 특성 등을 파악해 가장 잘 어울릴 색이며 디자인을
찾아낸다."
한박자 쉬고,
"그래서 사람에 따라 동정의 두께며 저고리의 폭 등 디테일한 요소들에 차이가 생긴다. 옷감 역시 이러한 상담 과정을
거친 후 색이 결정되면, 딱 18 마(한복 한 벌에 드는 옷감의 양)의
천이 염색에 들어간다. 즉, 재료에서 제작까지 진정한 의미의 맞춤한복이란 거다."
오호 그렇군.
국내에서도 흔치 않다는 천연염색으로 빚어낸 나를 위한 색...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위해 준비된 스타일이 아닌 나만을 위한
스타일의 옷을 맞출 수 있다는 것. 제냐가 부럽지 않을 법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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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은 가장 먼저 질문하려고 벼르던 것인데... 문희즘 이라는
이름이 본명인지?
물론 본명이 아니다. 내 본명은 나이와 함께 극비사항이고. 이 이름은 내 윗 스승대부터 쓰인
이름으로 내가 2 대 문희즘라고 할 수 있다. 뜻? 알다시피 우리 연구소에서 한복을 연구하고 만들어 내는 문화가 좀 특이한가?
그 문화를 문희즘(ism) 이라는 하나의 철학으로 명명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 실은 문희즘 한복연구소는 네티즌들 사이에선
꽤 유명세를 타고 있던 집이다. '오인용' 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가수 문 모군의 이름과 비슷한 까닭에 여러 사이트에서
간판 사진이 오르기도 했던 것. 정작 연구소 직원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클릭~) |
한복을 만들게 된 계기가?
실은 내 전공은 서양복식다. 원래 염색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던 차에, 어느 날 인사동의
한 찻집에 들렀는데 그때 마침 흘러나오는 가야금 소리를 듣고 문득, 아~ 한복을 만들어야 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다. 신이 내린 것도 같다.
오호... 인사동의 힘인가?
연구소며 집도 인사동이고 그러고 보면 내 인생에 있어서 터전이 된 동네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옷이라는 건 기본이 같기
때문에 언제라도 서양복식을 할 수 있다.
색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강해보이는데?
요즘에도 하루에 한가지씩 새로운 색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색은, 특히 천연염색으로 만들어 내는 색은 그 세계가
참 오묘하다. 같은 색이라도 사람에 따라 어울림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프로로서 손님들에게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항상 공부하고 있다.
제자 양성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우선 매년 대학에서 의상학과 졸업예정자들로 몇 명 추천을 받고 있다.그들이 한 기수를 이루고 매년 기수가 이어져 오고
있다. 가족이 되는 과정으로 전 직원이 함께 면접을 보는데 한 명이라도 반대의사가 나오면 탈락된다. 그리고 한달 후에
재투표를 해 최종 결정이 나고... 제자 중 적당한 소양을 갖추게 되는 자가 있다면 대를 이어 연구소를 이끌게 하고
싶다. 대를 잇는다고 딱히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흔히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을 낮추어 쟁이 라는 호칭을
쓰곤 한다. 혹은 무언가에 몹시 심취해 있는 사람이나...
쟁이는 장삿꾼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저 한 순간의 이익을 바라는 것이 아닌, '가치 있는 옷' 이라는 한 목표를
정해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희즘 한복은 옷이 상품이 아니라 '문희즘' 이라는 철학과 사람이
상품인 집이 된 거고. 그렇게 내 이름을 걸고 만들어 내는 작품들을 딸들이라 여기며 애착과 자존심을 가지는 것도 당연한
것 아닌겠는가? 앞으로도 최고 정점에 올라 있을 때 그 위치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걸어 나가고
싶은 것 뿐이다. 최고에 올랐다가 금방 떨어지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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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신가? 혹 결혼을 앞두고, 부모님 회갑연을 앞두고 등등 한복이 필요하다면 잠시 시간을 내서 이 희한한 문희즘식
의식에 동참해보는 것이..
연애도 힘들 게 이루어져야 사랑이 소중하게 느껴지듯 옷도 조금은 고생스럽게 내 손에 들어와야 더 빚나는 가치로 느껴지지
아니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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